조선의 7-9급 공무원, 참하관

조선의 7-9급 공무원, 참하관

조선시대의 행정 체계는 단순히 왕과 대신들만으로 유지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화려한 당상관(정3품 이상)의 권력 뒤에는 수많은 하위직 관리들이 국가 운영의 기초를 떠받치고 있었는데, 이들이 바로 참하관(정7품부터 종9품까지)입니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자면 대략 7급에서 9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위치로, ‘미관말직’이라는 표현이 상징하듯 권력은 미미했지만 실무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습니다.


조선은 과거 시험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제도를 운영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이가 장원급제하여 고위직에 오를 수는 없었고, 다수는 하위직인 참하관으로 출발해야 했습니다. 참하관은 중앙 관청과 지방 행정, 군사 조직에 광범위하게 배치되어 기초적인 행정 업무, 기록, 법률 검토, 군사 보조 등 실제적인 일을 수행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조선의 참하관 제도를 현대 공무원 제도와 비교하며, 그 역할과 의미를 깊이 살펴보겠습니다.


조선의 품계 체계와 참하관의 위치

조선의 관직 체계는 18품 30계로 세분화되었습니다. 그중 정3품 상계 이상은 ‘당상관’으로, 왕을 직접 알현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고, 정3품 하계 이하를 ‘당하관’이라 불렀습니다. 참하관은 이 당하관 중에서도 가장 낮은 위치인 정7품부터 종9품까지에 해당했습니다.

  • 정7품: 주로 지방 수령의 보좌관이나 중앙 관청의 실무 담당

  • 정8품: 서무나 행정 지원 담당

  • 정9품: 막내 격으로, 단순 행정, 기록, 관리, 보조 역할

오늘날로 치면 중앙 부처 말단 사무관, 지방 행정직 7-9급 공무원 정도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권력의 중심에서는 멀었지만 실제 행정 현장에서는 이들의 손길이 없이는 관청이 제대로 돌아가기 힘들었습니다.


과거 시험과 참하관의 등용

조선의 과거 시험은 크게 소과대과로 나뉘었습니다.

  • 소과(生員試, 進士試): 초시-복시 2단계로, 합격자는 성균관에 진학하거나 종9품 관직을 받을 자격을 얻음.

  • 대과: 초시-복시-전시 3단계로, 합격하면 정6품 이상으로 발탁 가능.

  • 무과: 무관을 위한 시험으로, 합격자는 군사직에 배치.

소과에 합격하면 대체로 종9품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았고, 여기서부터 경력을 쌓아야 했습니다. 성균관을 거친 이들도 현실에서는 참봉, 검률 같은 종9품 관직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이는 현대의 국가직 시험에서 9급으로 입직해 시간이 지나 승진하는 구조와 유사합니다.


참하관의 직책과 역할

종9품 직책

  1. 회사(會士) - 호조 소속. 일종의 ‘인간 계산기’로 세금과 재정 계산을 담당. 일정 기간 근무 후 승진 가능.

  2. 회사(繪史) - 도화서 소속. 그림과 도안을 담당. 예술적 소질이 요구되며 승진은 매우 더뎠음.

  3. 참봉(參奉) - 묘소 관리직으로, 당시에는 가장 흔히 알려진 종9품 관직.

  4. 검률(檢律) - 형조 소속. 법률 문서를 해석하고 검토하는 실무 담당. 현대의 법무직 하위 공무원과 유사.

  5. 부사용(副司勇) - 병조 소속. 오군영 내 부대의 부대장을 맡아 군사 지휘 보조. 현대의 부소대장급.

  6. 권관(權管) - 변경 진보(진堡) 소초장 역할. 국경 방위를 담당했으며, 이순신 장군의 첫 관직이 바로 권관이었음.

승진 제도

  • 양반 출신 관리: 약 450일 근무 후 정9품으로 승진 가능.

  • 중인·양인 출신 관리: 514일에서 최대 2600일까지 걸림. 신분에 따른 차별이 엄연히 존재.


참하관과 현대 7-9급 공무원 비교

공통점

  1. 실무 중심: 조선의 참하관이 행정·군사·법률의 기초를 다졌듯, 현대의 7-9급 공무원도 민원 처리, 서무, 기초 행정을 담당.

  2. 경력 시작점: 하급직에서 출발해 경력과 성과를 쌓으며 승진하는 구조.

  3. 업무량 대비 낮은 대우: 과거 참하관도 미관말직이라 불렸고, 현대 9급 공무원도 고된 업무에 비해 대우가 낮다는 인식이 있음.

차이점

  1. 신분 차별: 조선은 출신 신분에 따라 승진 속도가 크게 달랐지만, 현대는 성과와 경력 중심으로 차별이 없음.

  2. 시험 구조: 조선은 유교적 교양(경전, 시문) 중심의 시험이었고, 현대는 직무 능력 검증을 위한 행정학, 법학, 국어 시험 위주.

  3. 정치적 발언권: 조선 참하관은 왕을 알현할 권한조차 없었으나, 현대 공무원은 법과 제도에 따라 일정한 권리와 보장을 받음.


참하관의 역사적 사례

대표적인 예로 이순신 장군을 들 수 있습니다. 충무공의 첫 관직은 바로 종9품 권관으로, 함경남도 삼수군 동구비보에서 근무했습니다. 당시 이순신은 엄격한 군율을 세워 병사들을 다스렸고, 감사로부터 칭찬을 받으며 장차 장군으로 성장할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이는 미천한 자리라도 성실히 임하면 출세할 수 있다는 사례로 자주 회자됩니다.

또한 법률 해석을 맡았던 검률은 훗날 판관이나 형조 참의로까지 승진할 수 있었으며, 그림을 담당한 회사(繪史) 출신 중 일부는 조선 미술사의 거장으로 성장하기도 했습니다.


참하관의 의미

참하관은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하위직에 불과했지만, 조선 사회의 원활한 행정과 군사 운영은 이들의 헌신으로 가능했습니다. 이들은 수많은 문서를 기록하고, 묘소를 관리하며, 법률을 검토하고, 국경을 지켰습니다. 즉, ‘하찮은 직위’라는 사회적 인식과 달리, 국가를 떠받친 근간이었던 것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7-9급 공무원 역시 국민 생활의 최전선에서 행정을 담당합니다. 민원 창구에서 서류를 처리하고, 세금을 관리하며, 지방 행정을 집행하는 업무는 모두 이들의 몫입니다. 결국 시대와 제도가 달라도, 하위직 공무원의 역할은 국가의 뿌리를 지탱하는 중요한 자리라는 점에서 동일합니다.


결론

조선시대 참하관은 정7품에서 종9품까지, 국가 행정과 군사 체계의 가장 낮은 단계에 속했지만, 그들의 손길이 없었다면 국가 운영은 결코 원활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현대의 7-9급 공무원과 비교했을 때, 제도와 환경은 달라졌으나 국가를 떠받치는 기초 역할이라는 점에서 놀라울 만큼 닮아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우리는 화려한 영웅과 장원급제자들 뒤에서 묵묵히 일한 참하관들의 가치를 다시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역사는 그들의 이름을 크게 기억하지 않았지만, 국가는 그들의 땀 위에 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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